[회고] 2023년을 떠나보내며
Goodbye 2023
또 한 해가 흘렀다. 새로운 달력과 새로운 다이어리가 불티나게 팔리고, 연말의 들뜬 분위기도 사그라들었다. 2024년을 맞이하기 전에 지난 일년의 기록을 되돌아보았다. 나에게 23년은 어떤 의미였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고, 개발자로서의 나에 대한 고찰과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이 회고로 2023년을 온전히 뒤로 보내줄 수 있길 바란다.
2023년은 나에게 어떤 한 해였나
2023년은 나와 가족들에게 좋든 싫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던 해였다.
내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냈고, 부모님이 신혼 때부터 몇 십년 간 살아온 동네를 떠나게 되었다. 그 동네에서 추억이 많기 때문에 이사가 결정되었을 때부터 한참을 싱숭생숭했다. 이사를 준비하면서 묵은 짐을 잔뜩 버렸다. 어릴 적 물건, 책장 두 개와 책들, 안 입는 옷 등... 버릴 땐 마음이 아팠지만 막상 새 집으로 이사하고 나니 가뿐하게 새로운 출발을 한 느낌이라 개운하기도 했다. 새 집에선 좋은 일만 가득하길!
조카 2호가 탄생했다. 실제로 보니 너무나 작고 소중했다. 첫째 조카가 누나 역할을 하는 것도 대견하고 기특했다. 둘째한테 소외감 느끼지 않게 첫째한테 신경을 많이 써줘야겠다.
가족들이 아팠다. 완치가 아니라서 ‘아프다’고 해야 되려나. 전세사기 문제도 있었다. 가족 얘기는 속상하니까 짧게 넘어가도록 한다.
나도 건강 문제를 겪었다. 몇 달 간 눈이 이상해서 안과를 갔더니 상세불명의 망막장애라고 대학병원 소견서를 써줬다. 그동안 살면서 크게 아파본 적이 없어서 너무 놀라고 무서웠다. 큰 병원에 다녀왔는데 결론은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조치는 없고, 더 나빠졌을 때 수술을 하게 될 거라고 했다. 그래서 정기검진을 다니고 있다. 이 문제로 인해서 고개를 돌리는게 불편해졌다. 고개를 돌릴 때 광시증 증상이 심해지고, 그래서 나의 행동 자체가 조심스럽고 차분해져야만 했다. 병원에서는 눈 비비기, 격한 운동, 안압 오르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 망막이 떨어졌을 경우, 타이밍을 놓쳐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면 실명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다행히 시력에는 문제가 없다.
나와 가족의 안 좋은 근황도 그렇고, 긴 취업 준비로 인해 불안한 감정이 많이 올라왔다. 스스로를 케어하기 위해 정신과에 방문했다. 각종 검사와 상담을 받고 나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었다. 나의 불안도는 전국의 정신과에 방문하는 환자들의 평균 불안 수치보다 높은 상태였다. 불안장애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극도의 불안감이 많이 가라앉고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생각보다 별 거 아니어서 진작 방문하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내 자신을 아끼는 행동을 하니 그 자체로 기분이 나아졌다.
23년에는 개발자 외부 활동을 많이 했다. 개발을 처음 시작했던 22년은 기본기를 다지느라 별다른 대외활동을 하지 않았다. 23년에는 원티드 프리온보딩 인턴십으로 시작해 첫 팀프로젝트를 경험했다. 팀원들끼리 태스크를 나누고 맡은 역할을 다하는 것, 기술적인 내용으로 토론하는 것, 다같이 애써서 하나의 완성품을 만드는 것 모두 값진 경험이었다. 프리온보딩 지원글을 작성하면서 처음 만든 이 티스토리가 일 년간 많이 채워졌다. 새삼 자랑스럽다.
각종 개발자 행사도 다녔다. 네이버 Deview, 인프콘, 점핏 개취콘, GDG 데브페스트, 개발자 독서모임 등에 참여하며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글쓰는 개발자 모임, 글또에도 지원을 했다. 예전부터 꼭 하고싶었는데 마침 9기 신청 기간이라는 모집글을 보고 늦지 않게 합류할 수 있었다. 컨퍼런스에서 들은 시니어 개발자분의 조언 중에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아야한다. 회사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었는데, 각종 행사와 글또 덕분에 세상 보는 눈이 넓어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
상반기에는 데브로드 코스를 수강하면서 공식문서를 기반으로 한 이론 학습과 테스트 코드 작성을 위주로 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면접 준비가 자연스레 되었다. 모의 면접도 몇 차례 진행했다.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하니까 기술 면접 답변도 쉽게 나왔다. 다른 분들과 온라인 모각코도 함께했다. 오늘의 목표와 학습 내용을 회고하는 방식이었고, 같이 공부하니 효율이 좋았다. <코어 자바스크립트>도 완독했다. 22년에 처음 읽었을 때는 한 페이지 넘기는 데 굉장한 시간이 들었는데, 3회독만에 드디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저번에 컨퍼런스에서 우연히 정재남님을 마주쳤었는데, 더 많이 읽어보라고 하셨다. 술술 읽힐 때까지 복습해야겠다.
하반기에는 <하루한냥>이라는 나만의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기획부터 디자인, 프론트 개발을 혼자 진행했고, 블로그에도 프로젝트 과정을 자세히 남겨두었다. 프로젝트를 끝내고 세상에 내보일 때 후련하고 뿌듯했다. 첫 프로젝트라 좀 쑥쓰럽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여기저기서 꼼꼼하게 피드백을 해주셔서, 기능들을 고쳐나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이력서도 여러 번 보완하면서 점점 틀을 갖춰갔다.
개발자로서의 나
🙌 성취
💭 성찰
🧭 새해 목표&Action Item
성취
1. 하루한냥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을 거친 첫 프로젝트다.
2. 블로그를 열심히 꾸려왔다. 블로그에 개발 관련한 70개 이상의 글을 발행했다.
3. 이사하면서 물건을 많이 버렸다. 편안하고 안락한 방이 되었다. 집중이 잘 되는 환경이다.
4. 꾸준히 개발 공부를 했다. 매일 하지는 못했을지라도.
5. 개발자 행사에 많이 참여하고, 다른 분들을 보며 동기부여와 인사이트를 얻었다.
성찰
1. 생각이 너무 많아서 걱정만 하고 실천하지 않은 것이 많다.
- 취업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 이 사실이 면접에서 어떻게 보일지 걱정했다.
- 취업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모든 것에서 완벽해야 된다는 강박이 있었다.
-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해서 번아웃이 왔다.
- 그 결과로,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2.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이었나.
- 나의 전직 도전이 개발자로 취업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것
- 그래서 시간만 날리고 하고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
- 날 지지해준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면목이 없어지는 것
-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잃어버릴까봐 두려웠다.
3. 취업이 되지 않아서 포기해야 했던 것이 있다.
-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 모두에 영향을 끼쳤다.
- 하고 싶은 것을 많이 포기해야 했다. 여권까지 갱신했지만 접어야 했던 4년 만의 해외여행 계획과, 옷이나 잡화 등 사고 싶은 물건을 포기했다. 주위 사람들은 다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는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속상함이 컸다. 심지어는 과거의 나 자신도 할 수 있었던 것들이기에.
새해 목표&Action Item
1. 내가 꼭 이루고 싶은 것
- 개발자로 취업하기
- 나와 주변인들의 건강
2.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
- 이력서 퀄리티 높이기
- 회사 지원하기
- 꾸준한 개발
- 운동
- 건강검진
3.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하지 말아야할 것
- 현실도피를 하기 위해 무의미하게 핸드폰, 컴퓨터하는 시간 → 왜 현실도피를 하는지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노트에 적어보기, 집중이 안 되면 운동이라도 하기
- 걱정 → 걱정할 시간에 생각 멈추고 행동하기
- 탈락에 좌절하고 한동안 손 놓는 습관 → 부정적인 감정을 금방 털어낼 수 있는 나만의 루틴(명상, 일기, 취미 생활 등) 만들기
두 번째로 연간 회고를 해봤다. 예전에는 줄글로 일기쓰듯 회고를 작성했는데, 이번에는 나의 문제점도 깊이 들여다보고 피하고 싶은 부분까지 적어보았다. 회고를 마치고 나니 개운함보다 괴로움이 조금 더 컸다. 나를 객관적으로 직면하는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이제 2023년을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부디 올해는 행복한 기억이 불행한 기억보다 더 많은 해가 되길, 행복하진 않더라도 불행하지는 않은 해가 되길 바라본다. 목표한 것들도 꼭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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