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활동/글또

[글또 9기] 새로운 보금자리에서의 일주일

알파카털파카 2023. 11. 27. 18:26
※ 글 쓰는 개발자 모임, 글또 9기에 참여하게 된 소감과 다짐을 담았습니다. 취업 준비 중 만나게 된 글또에서 다양한 인연과 경험을 기대하며, 합격 발표부터 본격적인 글또 시작까지의 감상입니다.

 

 

글또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개발자

글쓰기라고 하면 나의 취미이자 특기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행위다. 나는 글로 밥 벌어먹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개발도 글로 한다. 컴퓨터 언어로 잘 정돈된 글을 쓰는 일이다. 글쓰기와 개발의 특징이 유사하므로 개발도 글쓰기라고 간주한다. 개발자는 글 쓸 일이 참 많다. 개발하다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면 트러블 슈팅을 남기는 습관이 들었다. 제대로 기록해두지 않았다가 똑같은 상황을 만났을 때 똑같이 고생하게 되는게 불편했다. 이슈 해결 과정을 글로 남기려면 해당 문제에 대한 깊은 학습이 필요하다. 나는 이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꼈다. 개발 글쓰기는 글쓰기만 잘 한다고 해서 되지 않음을 뼈져리게 느꼈다. 테크니컬 라이팅이라는 새로운 무언가의 영역이었다.

 

그러다 마침 글또가 9기 모집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작년에 처음 알게 된 글또였고, 글쓰기 모임이라면 꼭 참여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 신청했다.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삶의 지도를 정리해봤다. 내가 어떻게 지금의 자아를 갖게 되었는지, 어떤 진로 고민을 해왔는지를 중점으로 담았다. 개인적인 얘기가 많아 공개 블로그에는 게시하기 부끄럽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글또에 참여하며 다른 분들의 글도 읽고, 테크 블로그를 잘 꾸려나가고 싶었다. 글로 밥 벌어먹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글또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합격 발표

11월 19일, 롤드컵 결승전 직관을 마치고 기분좋게 집에 돌아와서 누웠는데 문득 생각났다.

 

'오늘 글또 합격 발표일인데...'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페이커의 T1이 우승컵을 들고, 집에 오는 길에 합격 연락을 받아서 행복이 곱절이 된 미래였다. 생각보다 경기가 일찍 마쳐서 그런지 둘 사이에 간격이 조금 있었지만 아무튼 상상하던 대로 다 이루어졌다. 

 

글또 슬랙에는 400명이 넘는 분들이 계셨다. 자기소개를 다들 잘 적어주셔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회사 다니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학생 분들도 좀 보이는 듯 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좋은 모임인 것 같다. 나도 살며시 자기소개를 적어보았는데, 아직 취업 준비 중이라고 적으면서 괜히 민망했다.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무소속. 대학을 졸업할 무렵, 졸업을 유예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애환이 있음을 미리 알았나보다. 물론 취준생이라고 해서 배척되거나 하진 않겠지만 이런 방면에서 주눅들곤 한다. 그래도 자기소개에 이모지와 댓글이 달리는 걸 보면서 상상 이상의 감동을 받았다.

 

'나, 사람 좋아했네...'

 

모르는 분들이지만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기뻤다. 시작이 좋다.

 

 

 

 

글또 활동을 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

글또 지원서를 작성할 때도 있었던 질문이다.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글 쓰는 습관 만들기 
2. Readable한 글로 블로그 채우기 
3. 개발자들과 소통하고 인연 만들기

 

'글 쓰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는 이름의 뜻처럼 우선적으로는 꾸준히 글 쓰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영감이 찾아올 때가 아니면 자주 작성하지는 않기 때문에, 약간의 강제성을 추가해 생산성이 높아지길 기대한다. 한 포스트를 쓸 때 6시간 이상 쏟는 편이라 확실한 동기부여가 생겼을 때가 아니면 집중이 잘 안 됐다. 글또에 참여하면서 소재 마련-개요-본문 작성-퇴고의 과정이 각각 어디서 얼만큼 걸리는지도 체크해가며 글을 써보면 좋을 것 같다. 대개 나는 글감과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 정도만 대략적으로 생각해 둔 후에, 각 항목에 맞춰 프리스타일로 써내려가는 편이다. 일단 뭐라도 쓰고 퇴고해야 더 효율적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한 번에 최대한 높은 퀄리티로 뽑아내고 싶은 욕심을 버리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오래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열심히 보낸 하루하루가 모여 가치있는 무언가가 된다고 생각한다. 블로그도 매 글 충실히 쓰다보면 가치 있는 블로그가 될 것이다. 나는 '읽어볼만한 글이 많은' 블로그를 만들고 싶다. 재미있고 읽기 쉬운 글을 쓰고 싶다. 아직 개발 내공이 부족해 글을 작성하면서도 아쉬움이 느껴질 때가 종종 있는데, 개발 실력과 함께 개발 블로그도 잘 키워보려 한다. 

 

취준생이다보니 다른 개발자 분들과 꾸준히 교류하고 소통하기 어렵다고 느낄 때가 있다. 개발 얘기도 나누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나는 내향적이고 사람 사귀기에 능숙한 편은 아니지만,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주는 즐거움을 갈망한다. 자기소개에 댓글을 주고받으면서도 그런 충족감을 느꼈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여러 개발자분들과 다양한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 

 

 

 

 

OT가 끝나고 난 뒤,

글또 9기 오리엔테이션

 

11월 26일,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1시간 남짓 OT가 진행되었다. 직군별로, 직군 내에서 또 조별로 나뉘어 활동하게 된다. 프론트엔드는 100명 정도의 인원이었다. OT를 듣고 나니 동기부여도 많이 되었고 적극적으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나중에 후회가 적을 것 같다. 글 마감 날짜가 정해져 있었는데 어떤 시기에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도 고려해보려 한다. 문화충격을 받았던 부분이 있는데, 다양한 기능이 있는 슬랙봇을 직접 만들고 활용한다는 지점이었다. 개발자 모임 아니랄까봐 불편한 것들을 죄다 자동화시킨 것이 너무 멋졌다. 글 제출, 예치금 확인, 대나무숲, 이모지 반응 체크하기 등 여러가지 기능이 있었는데 차차 사용해보면서 진가를 알게될 듯 하다. 슬랙 내에서 다양한 소모임 채널도 개설됐다. 같이 운동을 하거나 정보를 나누고 취미생활을 공유할 수 있어 좋아보였다. 

 

그동안 회사를 그만두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아무 데도 소속되지 않았다는 두려움과 외로움이 힘들게 한 날이 많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다른 사람들이 '회사에서 보낸 2년'과 '취업준비를 하며 보낸 2년'은 사회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큰 차이가 있다. 회사에 다니지 않은 시간은 경력이 아니다. 그렇다고 시간을 무의미하게 버린 것도 아니지만서도, 어디서 멋지게 인정받기는 어렵다. 글또에 합류하게 되면서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고 서로의 글을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 새학기 반 배정시간처럼 설레고 두근거렸다. 여기라면 나의 소속감을 채워주지 않을까, 조금은 의지해봐도 되지 않을까? 글또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취업을 할 수 있으면 가장 좋을 것이다. 패스권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글을 제출하고 싶다. 큐레이션에 뽑힐만한 글도 써보고 싶다. 성장하고 싶다. 글또 9기가 종료된 내년 5월에 이 글을 다시 읽으며 내가 얼마나 바뀌었을지가 기다려진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의 여정이 시작됐다.